나 홀로 3박 4일 중국 출장의 기록 2편
저번 포스팅에 이어, 3박 4일간의 중국 출장의 기록을 적어본다. 저번포스팅이 웨이하이에서의 기록이었다면, 이번은 칭다오로 이동한 후의 이야기이다. 웨이하이가 풍경이 끝내주는 곳이었다면 칭다오와 샤먼에서는 음식이 끝내줬다.
1. DAY2 칭다오 - 식도락 여행
약 1시간가량 고속 열차를 타고 온 칭다오. 칭다오에는 (사실은 칭다오에서 살짝 떨어진 지역이었지만) 아주 맛있는 중국 음식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중국 출장이 잡혔을 때 가장 기대했던 것도 중국음식이다. 필자가 중국에서 약 7년간 생활하면서 먹었던 맛있었던 음식들을 오랜만에 다시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매우 설레었다.
역에 마중 나왔던 거래처 직원들이 그런 내 마음을 알았는지, 고속열차 비즈니스 석에서 준다는 밥도 마다하고 달려온 나의 손을 이끌고 가장 먼저 식당으로 향했다.
위 사진은 모두 다 내가 선택한 음식들. 식당사진을 찍었으면 좋았으련만, 먹기에 급급했던 나는 사진 따위는 중간에 생각나서 한컷을 찍은 것이 다. 가장 왼쪽은 한국의 비빔면이라고 생각하면 되고, 중간의 접시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동파육. 그리고 가장 오른쪽은 특이한 야채를 볶은 음식이었는데, 처음 먹어보는 야채였다. ㅎㅎ 쓰고 보니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게 동파육 밖에 없었네.. 이것 말고는 새우만을 다져서 만든 전이 있었는데 그것도 진짜 맛있었다. 거래처로부터 음식을 잘 주문한다는 칭찬까지 받았던 나의 점심식사였다.
거래처의 공장을 방문하고 회의까지 마친 후에 잠깐 휴식을 취하려 호텔에 돌아왔다. 호텔 밖의 풍경을 찍는 이상한 버릇이 이 생겼는데, 밖을 보니 웨이하이와는 사뭇 다르게 아파트와 공장들이 가득했다. 칭다오의 외곽지역인 이곳에는 짓고 있는 건물들이 엄청 많았는데, 거래처 직원의 말로는 모두 다 공실이라고 한다. 한눈에 보기에도 다 지어진 아파트들에도 사람이 살고 있지 않은 것 같았다. 아무래도 칭다오의 중심부와는 조금 거리가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여기까지 와서 살지 않는 모양이었는데, 우리나라와 상황이 비슷한 것 같았다.
중국음식을 어마어마하게 애정하는 나를 정확하게 파악한 거래처에서는 저녁은 역시나 내가 먹고 싶어 하는 메뉴를 선택할 수 있도록 배려해 줬다. 나는 당당하게 쓰촨요리를 먹고 싶다고 했고, 우리는 어느 쓰촨요리전문점에서 페이텅위(沸腾鱼, feitengyu)와 각종 스촨요리를 주문해서 먹었다. 페이텅위는 쉐이주위(水煮鱼, shuizhuyu)와 비슷한 요리인데, 민물생선을 삶은 다음 콩나물, 화지아오, 고추 등을 넣고 튀긴 음식이다. 먹으면 얼얼함이 가득. 그래 이 맛이야, 난 이런 자극적인 음식을 먹고 싶었다고! 어찌 되었든, 이 요리 외에도 '두드린 오이'라는 뜻의 파이황과(拍黄瓜, paihuanggua)와 다른 요리들을 추가로 주문하여 먹었다.
하루종일 맛있는 음식을 먹었던 나는 아쉽지만 새벽비행기로 샤먼으로 향했다. 또 다른 맛난 음식을 기대하면서...
2. DAY3 샤먼 - 장저우(漳州, Zhangzhou)의 민난음식
출장 3일 차, 매일 다른 도시에서 지내는 것이 누군가는 힘이 들겠다고 하지만, 사실 이번 출장일정은 이동이 많았을 뿐 각 지역에는 한 거래처만 있었기 때문에 그리 힘든 일정은 아니었다. 샤먼공항에 도착해서는 역시나 거래처 직원이 픽업을 위해 나와있었고, 이미 여러 번의 연락으로 내적 친밀감이 있었던 이 거래처 직원(본사직원)과는 출장(장저우 공장견학)을 마치고 샤먼에서 저녁에 맥주 한잔을 때리자고(?) 약속까지 잡았다. 이 본사 직원은 천진에서 넘어왔고 본인도 공장에 처음 가는 것이라고 했다.
이번에 방문한 장저우(漳州, Zhangzhou)는 샤먼에서 약 1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 곳이었는데, 민난(闽南, Minnan) 사람들이 많은 지역이라고 했다. 식사를 함께한 거래처 임원과 직원들 모두 민난사람이었고 민난어를 사용했다. 중국의 역사나 문화에 통달하지 못한 나는 다른지역의 사람들이라는 뜻으로만 이해했고 중국 거래처들과의 조금 더 깊은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는 역시 그 나라의 역사 공부를 하는 것은 선택사항이 아니라 필수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남쪽의 음식들은 대부분이 심심한 느낌의 음식이 많았다. 민난지역의 특색음식이라는 미미엔을 특별히 시켜주셨는데, 음... 그냥 쌀면인데 저 소스에 찍어먹어도 간이 전혀 되어있지 않아 맛 자체가 나지 않았다. 이 음식에 대해 조금 더 알아보려고 바이두에도 검색을 해보았으나 정보를 얻을 수 없었다. 난 무엇을 먹은 것인가..ㅎㅎ 나와 같이 공장 견학을 한 천진출신의 그 거래처 직원은 대놓고 자기 스타일이 아니라는 말을.. 서슴없이 했다 ㅋㅋㅋ 이렇게 솔직해도 되는 것인가. 나도 익숙한 맛은 아니라고 하면서 한 두 개 먹다 그만두었다.
장저우에서 조금 아쉬웠던(?) 음식을 먹은 그 직원과 나는 간단한 미팅이 끝난 후 같이 샤먼으로 넘어가 야시장에 맥주 한잔을 하러 갔다. 같은 숙소에 머물고 있었기에, 간단히 야식을 먹고 숙소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심심했던 민난 음식을 점심에 먹은 우리는 샤먼 야시장에 들러 해산물을 왕창 담아 무조건 고추 팍팍 넣고 맵게 해달라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리 맵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싱싱한 해산물이 정말 맛있었다.
마무리는 배가 불러 살짝 거닐었던 샤먼 구랑위쪽이 보이는 야경 사진. 샤먼에 여행온 사람들은 구랑위를 많이 들른다고 하던데, 다음에 샤먼에 여행 오게 되면 구랑위도 한번 가봐야겠다. 이번 출장은 금요일에 끝이 나서, 주말에는 한국으로 바로 복귀하지 않고, 샤먼에서 대학교 동기인 중국친구를 만나 샤먼 여행을 하기로 했다. 구랑위는 아쉽지만 이 여행 계획에 포함되지 못했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중국 출장 번외로 샤먼 여행기를 살짝쿵 적어보겠다.